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마음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제가 직접 겪어봤을 때 사랑은 마음의 크기보다 타이밍에 훨씬 더 많이 흔들렸습니다. 영화 은 그 씁쓸한 사실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이어가는 한 남자의 첫사랑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도 삶에 진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시간이 어긋날 때마다 — 첫사랑이 반복되는 이유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흔한 재회 로맨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끝내 이어지지 못하는 건 서로가 싫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같아지는 타이밍이 계속 엇갈리기 때문입니다.황우연은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전학 온 환승희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에 갇혀 있다면 어떨까요. 2003년 개봉한 영화 《아이덴티티》는 그 설정 하나로 시작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끝납니다.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추리극인 줄만 알았는데, 결말을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한 범인 찾기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묻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폭우와 모텔이 만든 고립감,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영화는 네바다주의 외딴 모텔에서 시작합니다. 폭우로 도로가 끊기고, 전화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입니다. 리무진 운전사 에드, 여행 중이던 가족, 신혼부부, 새 출발을 꿈꾸는 패리스, 죄수를 호송하던 경찰관까지. 사연도 다르고 목적지도 다른 사람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유령 잡는 사업체'라는 설정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공포물인지 코미디인지 구분이 안 되는 영화가 오히려 둘 다 제대로 해낸다는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1984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는 그 의심을 꽤 빠른 속도로 거둬들이게 만든 작품입니다. 유령 퇴치라는 황당한 소재, 서로 다른 네 사람의 호흡, 뉴욕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맞물리면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독특한 결과물이 됐습니다.장르혼합 — 무서운 걸 웃기게 만드는 방정식이 영화를 두고 흔히 '공포 코미디(horror comedy)'라는 장르 분류를 씁니다. 공포 코미디란 공포물의 소재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웃음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혼합 장르를 가리킵니다. 생각보다 균형 ..
세상을 떠난 아내가 비 오는 날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다는 설정, 이 영화 하나가 저를 꽤 오래 붙잡아뒀습니다. 2018년 개봉한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04년 일본 원작과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을 만들어냅니다. 슬픔을 정면으로 들이밀지 않고 웃음 사이에 숨겨두는 방식, 보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이상하게 마음 한켠이 무거운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재회 — 기적 같은 순간이 슬픈 이유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이야기는 공포나 판타지로 분류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건 두려움이 아니라 묘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수아가 살아서 돌아왔는데, 우진과 지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 때문입니다.여기서 핵심은 '망각(amnesia)'이라는..
2011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은 실화를 바탕으로 전신마비 귀족과 전과자 출신 청년의 우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 곁에서 직접 시간을 나눈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밖 기억들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동정이 아닌 존중에서 시작된 관계가 두 사람 모두를 어떻게 바꾸는지, 연출·메시지·배우 세 가지 축으로 짚어 보겠습니다.연출 — 웃음이 거리를 좁히는 방식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영화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관객의 눈물을 먼저 계산하고 연출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에릭 톨레다노와 올리비에 나카슈 감독은 그 함정을 정면으로 피해 갑니다. 두 감독은 필립과 드리스의 극단적인 차이를 비극으로 소비하지 않고, 유머의 재료로 전환합니다.여기서 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