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대홍수〉를 재난 영화로만 알고 봤습니다. 아파트에 물이 차오르는 장면이 예고편에서 강렬했고, 그 긴장감 하나만 기대했던 거죠. 그런데 중반을 넘기면서 제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재난 탈출극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인간의 감정을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지 묻는 SF로 확장되는 작품, 〈대홍수〉에 대해 제가 느낀 것들을 정리했습니다.재난 연출 — 익숙한 공간이 낯선 공포로 바뀌는 순간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의 한 아파트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생각보다 훨씬 더 불안함을 느꼈는데, 이유를 곱씹어보니 공간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계단, 복도, 현관문. 평생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들이 탈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순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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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31. 15:29
